6년 만에 Glenn Martens가 Diesel을 떠난다. 솔직히 조금 아쉽다. 그의 퇴장은 브랜드 역사상 가장 재미있었던 한 시대의 끝을 뜻하니까.
Glenn이 Diesel에 합류했을 당시, 브랜드에는 방대한 아카이브와 확실한 이름값이 있었다. 다만 다시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을 이유가 절실했다. 그는 몇 년 안에 그 이유를 만들어냈다. 뒤엉킨 데님, 기묘한 캐스팅, 패션과 밈의 경계에 놓인 옷들, 쇼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회자되는 무대까지. Diesel은 다시 패션 신으로 돌아왔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템이라면 단연 악명 높은 벨트 스커트다. 등장하자마자 소셜미디어를 장악하고,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늘 그렇듯 패션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의 옷장으로 들어간 아이템. Glenn 아래의 Diesel은 딱 이런 방식으로 움직였다. 옷을 사랑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캠페인도 빼놓을 수 없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Glenn은 늘 시끄럽고, 낯설고, 가끔은 눈이 피로할 정도로 강한 이미지를 내놓았다. 그래도 한눈에 Diesel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지나치게 매끈하게 다듬어진 패션 이미지가 끝없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 방식은 제대로 통했다. Diesel은 다시 성격을 가진 브랜드가 됐다.
그리고 가방이 등장했다. 특히 1DR의 성공은 많은 것을 보여줬다. 가장 탐나는 액세서리 순위는 대개 럭셔리 하우스가 독식하곤 했지만, 어느 순간 패션 걸들이 Diesel을 찾기 시작했다. 비교적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브랜드로서는 엄청난 순간이었다. 1DR은 가격이 몇 배나 높은 가방들과 같은 옷장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Glenn은 럭셔리 업계가 아직도 어려워하는 한 가지를 잘 알고 있었다. 젊은 얼굴을 캐스팅하고, TikTok에 합류하고, 약간의 아이러니를 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20대 고객이 제품을 살 여유가 없다면, 그 관계는 언젠가 가격이라는 벽에 부딪힌다.
Diesel은 그 문제를 피하는 데 성공했다. 충분히 트렌디해서 갖고 싶었고, 충분히 알아볼 수 있어 구매 자체가 의미 있게 느껴졌다. 동시에 젊은 고객도 현실적으로 돈을 모아 살 수 있는 제품을 팔았다. 덕분에 브랜드는 광고 속에만 존재하는 젊은 소비자가 아니라, 실제 젊은 팬층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쇼마저 하나의 게임이 됐다. 밀라노 곳곳에서 초대장과 룩을 찾아 나서는 이벤트가 열렸고, 도시 전체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연장선이 됐다. Diesel은 런웨이 밖에서도 살아 있었다. Glenn의 재임 기간 동안,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제 Glenn은 Maison Margiela에 남고, Diesel에는 더 어려운 질문이 남는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이미 브랜드에 두 번째 생명을 불어넣은 뒤,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은 다음 데님 소동을 누가 이끌지 지켜볼 일이다.